제조업에서 새로운 제품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해보면, 원재료가 있다고 바로 제품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자재를 필요한 곳까지 공급해야 하고, 어떤 순서와 조건으로 가공할지 정해야 합니다. 공정개발에서는 여러 조건을 시험해 좋은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이 정해지면 양산기술이 실제 생산라인에서 반복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듭니다. 양산이 시작된 뒤에도 생산기술과 품질이 계속 상태를 보고 문제를 고칩니다.
제조업에서는 너무 당연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이야기할 때는 종종 이 과정이 생략됩니다. 데이터를 모으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AI 모델을 하나 만들면 곧바로 제품이나 생산에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데이터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도 제조업만큼이나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데이터를 가지고 일하는 데도
공정이 있습니다
제조 공장을 떠올려보면 데이터 분야의 여러 역할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공장에서는 먼저 자재와 물류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필요한 물건이 필요한 시점에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공정이 있어도 생산할 수 없습니다. Data Engineering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여러 곳에서 생기는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사람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듭니다.
그다음에는 공정개발이 있습니다. 어떤 재료를 어떤 조건에서 가공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하고, 원인을 찾고, 더 좋은 조건을 만듭니다. Data Science가 하는 일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주어진 정보에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고, 실험하고, 예측하거나 최적화하는 방법을 만듭니다.
하지만 공정개발에서 좋은 조건을 찾았다고 제품이 바로 양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몇 개 만들어 본 조건이 하루 수만 개를 생산할 때도 같은 결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장비가 달라지거나 재료가 바뀌었을 때도 돌아가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있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양산기술이라면, 데이터 제품에서는 ML Engineering과 운영 기술이 비슷한 문제를 다룹니다.
모델을 만드는 것과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차이는 제조 AI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공정 데이터를 받아 예측 모델 하나를 만드는 것까지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모으고, 여러 방법을 비교해서 가장 좋은 모델을 고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생산에서는 제품이 바뀌고 장비 상태가 달라집니다. 부품을 교체하기도 하고, 공정 조건도 계속 조정됩니다. 측정값이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제 잘 맞던 모델이 오늘도 같은 조건에서 동작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제조업에서 연구실의 공정을 그대로 양산에 넣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 제조 AI에는 모델 정확도 외에도 확인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모델을 사용할지, 언제 결과를 믿지 않을지, 성능이 달라졌을 때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문제가 생기면 무엇으로 돌아갈지까지 정해야 합니다.
공정개발 이후에 양산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모델 개발 이후에도 운영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사고방식이 제조업에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공정을 개발하고, 검증하고, 양산에 적용하고, 결과를 보면서 다시 개선하는 일은 제조 엔지니어가 계속 해왔습니다. 조건이 바뀌면 다시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고, 검증된 변경만 생산에 반영합니다.
사실 요리도 비슷합니다. 좋은 재료를 사왔다고 음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여러 조리법을 시험해 레시피를 만들고, 실제 주방에서 같은 맛을 반복해서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식당이라면 손님이 늘어나도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재료나 주방 환경이 달라지면 조리법도 조금씩 조정해야 합니다.
데이터와 AI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요리 | 제조업 | 데이터· |
|---|---|---|
| 식재료를 구하고 보관한다 | 원재료와 부품을 조달한다 |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한다 |
| 재료를 손질한다 | 생산에 맞게 자재와 공정을 준비한다 | 데이터를 분석과 모델링에 사용할 수 있게 정리한다 |
|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한다 | 공정 조건을 개발한다 | 분석하고 모델을 만든다 |
| 주방에서 반복해서 같은 맛을 낸다 | 개발된 공정을 양산에 적용한다 | 모델을 실제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
| 재료와 환경 변화에 맞춰 조정한다 | 설비· | 데이터와 환경 변화에 맞춰 모델을 관리하고 개선한다 |
| 손님 반응과 품질을 확인한다 | 생산성과 품질을 모니터링한다 | 결과와 성능을 계속 확인한다 |
요리에서 레시피 하나만 있다고 식당이 운영되지 않고, 제조업에서 좋은 공정 조건 하나를 찾았다고 공장이 저절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데이터와 AI도 같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 모델을 만드는 것, 실제 생산에 적용하는 것, 계속 상태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은 각각 다른 문제입니다. 그 사이의 과정이 생략되면 좋은 모델도 실험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제조 AI가 현장에서 제대로 쓰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모델만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준비하고, 모델을 만들고, 검증하고, 운영하고, 다시 개선하는 전체 과정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제조업이 오랫동안 제품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역할과 공정을 나눠 발전시켜온 것처럼, 데이터와 AI를 실제 생산에 사용하는 방법도 이제 같은 수준으로 체계화되어야 합니다.